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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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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비정규직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논란을 딛고, 교육주체의 건설적 논의를 시작하자 

8월 22~23일에 걸쳐 열린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사실상 기간제 교원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결정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에 반대하며 문제에 관한 재론을 촉구한다. 현재 논란은 정규직교사·비정규직교사·예비교사 모두의 논의 속에 건설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는 기간제교사가 증가한 배경에 침묵하는 것이며, 이는 역대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을 개조할 동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정규직 교사의 휴직·파견·연수·정직·직위해제 등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정규직 교사의 일시적 결원을 보충하는 것이 기간제 교사제도의 법적 목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교육현장은 점차 ‘평생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1997년 기간제 교사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비정규직 교사는 계속 증가해 어느새 5만 명이 넘는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교사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해 신규 정교사가 충원되어야 하는 조건에서도 비정규직 교사는 끊임없이 증가해왔다. 정규직이 기간제로 대체되어 왔으며, 그 원인은 역대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이다. 그 결과 기간제 교사들은 말만 ‘기간제’일 뿐, 이미 50%가 담임을 맡는 등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도,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역대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이었다. 비정규직 교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어느 순간 무능해져서가 아니다. 바로 그렇기에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곧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을 폐기하라는 요구이며, 이에 대한 외면은 교육현장에 대한 근본적 개조동력을 소진하는 행위일 뿐이다.  


둘째,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반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침묵하는 결정이다. 비정규직 교사 문제는 전 사회적 비정규직 문제의 일부이며, 비정규직 교사가 받는 차별의 내용과 형태는 다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차별과 결코 다르지 않다. 쪼개기 계약, 중도계약해지, 성과급 지급대상 제외, 기피업무 배정 등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심각한 차별을 받아왔다. 2009년까지는 호봉승급이 제한되기도 했다. 심지어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비정규직 교사의 죽음이 ‘순직’임을 인정받기까지 3년이 걸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건이 이렇다면, 인격모독과 무시 등 일상적·문화적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조건으로 더 힘든 일을 도맡으면서도 당해온 차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등 대우를 ‘교육 능력과 자질에 따른 것’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합당한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을 부정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해당 회의가 함께 결정한 “학교 안의 모든 고용 형태는 정규직을 원칙으로 하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는 방침”과도 충돌한다. 정규직 전환 없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참교육이라는 기치를 든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거부하는 행위는, 구조적 차별도 일정한 절차를 덧씌우면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음을 가르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사도 노동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싸워온 전교조라면, 노동자 내부의 부당한 위계화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셋째, 현재 논란을 딛고 교육현장에 대한 근본적 개조로 나아가야 한다. 널리 알려졌듯 논란의 핵심에는 ‘임용고시’가 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논리는 현행 임용고시가 교원 선발의 효과적·합리적 기제라는 것을 전제할 때만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애초 전교조는 임용고시를 반대해왔고, 그 맥락은 임용고시가 교원 선발의 효과적 기제가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은 대체 언제까지 더 훌륭한 교사로서의 자질 갖추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고시원에서 허비해야 하는가? 공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논란은 이미 사립학교 교원채용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 비율이 사립학교에서 여실히 높다는 것은 기간제 교사 증가 배경이 교육시장화정책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서울 소재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 비율은 19%에 해당한다. 이는 전체 교사 대비 기간제 교사 비율의 2배, 한국 중등교과 기간제 교사 비율의 1.3배에 달한다. 퇴직교사의 자리에는 응당 정규직 교사를 신규 충원해야 함에도, 정교사 퇴직 이후 빈자리의 태반은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듯 사립학교는 기간제 교사 증가의 중심에 있으며, 그 이유는 사학재단의 이윤추구다. 필수 공교육의 일부이며 국가의 예산지원을 통해 운영되나, 사학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사립학교는 그 존재 자체가 모순이다. 교육시장화정책 폐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사립학교를 국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이 사학재단 이윤추구의 도구여서는 안된다. 


지금, 좁디좁은 문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임용고시라는 절차를 항구불변으로 전제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에 면죄부를 쥐여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주체들의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응시 자격이 한정된 입시임에도, 2016년 중등 임용고시 합격률은 10.5%에 지나지 않는다. ‘3수, 4수는 기본’인 현실 속에서, 시험 준비를 지속할 형편이 아닌 응시자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거나, 기간제 교사가 된다. 이런 현실에 대한 근본해법은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주체의 진지한 논의 속에서 도출될 수밖에 없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수준으로 개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수-학습활동 개선 및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 지난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만 해도 6만여 명 이상을 충원해야 하며, 그 충원과정은 교사 수급제도와 선발제도의 전면적 변화, 그간 공적 통제를 받지 않았던 사학재단·사립학교에 대한 전면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비정규직 교사 개개인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바로 이점을 승인할 때, 우리는 교육현장을 바꾸기 위한 다음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2017년 8월 25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