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학생정치로 학생자치를 복원하자
-아직 끝나지 않은 총여학생회 존폐 논쟁에 부쳐
8월 5일,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총여학생회 존폐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7월 16일과 22일 열린 두 차례의 공개간담회 등의 공개 공론장 형성을 통한 논의 단계를 지나 총여학생회의 해산 방식을 확정하고, 결정된 방식에 따라 총여학생회의 해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존폐 논쟁이 “총여학생회 해산 방식 논의”와 같은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수도권 대학 총여학생회 존폐 논쟁의 흐름은 2021년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10년대 초반 수도권 소재 25개 대학에 존재했던 총여학생회는 2021년 현재 경희대를 포함하여 5개 대학에만 남아있다. “총여학생회 폐지”라는 기표로 드러났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학생자치 쇠퇴의 기류는 현재진행형이다.
반성폭력과 성평등이라는 가치
총여학생회 존폐 논쟁의 흐름이 있었던 2010년대는 미투 운동의 흐름을 타고 대학가에서 성폭력 폭로가 연이어 이어진 시기이기도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알파벳 교수들의 존재는 대학가 역시 젠더에 의한 위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도리어 이로 인한 일상적 폭력이 만연한 공간임을 명확히 드러냈다. 학내 성차별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총여학생회의 존재 의의가 희박해졌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총여학생회 운동의 출발점이었던 반성폭력과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현 시점까지도 학생자치가 달성해야 할 목표로 남아있다.
평등하지 않은 학생자치의 위기
한편으로, 2010년대는 학생자치 자체의 쇠퇴가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총여학생회뿐 아니라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역시 대표자 선출이 무산되고 비대위 체제 혹은 궐위 사태가 빈번히 일어났다. 학생자치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형식적인 수준으로 후퇴하는 일련의 흐름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위기의 상황 역시 학생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않았다. 총여학생회의 잦은 궐위와 무력화는 총여학생회 출마자와 총여학생회 그 자체를 공격하는 반(反)페미니즘적 백래시가 그 원인 중 하나였으며, “장기간 궐위 상태였으니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총여학생회 해산 주장의 근거는 마찬가지로 잦은 궐위가 발생했던 타 학생자치기구의 존폐를 결정짓는 근거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학생자치의 위기 상황은 학생 사회 내에 상존하는 젠더에 의한 위계로 인해 학생 공동체의 여성 구성원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
페미니즘-정치로 학생자치를 복원하자
운동의 성립부터 존폐 논쟁까지, 총여학생회 운동의 역사는 우리가 어떤 모습이며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모두가 존엄한 존재일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했다. 총여학생회 운동은 그저 “여성”만의, “소수자”만의 운동이 아닌, 학생자치와 학생 공동체 전반의 방향 설정을 요구하는 모두의 운동이었다. 때문에, 총여학생회 존폐와 관련한 일련의 흐름은 학생 공동체 재건과 학생자치 전반의 재편 필요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일일 수밖에 없다. 총여학생회 존폐 논쟁을 넘어, 더욱 날카로운 정치로, 페미니즘의 시각을 통한 여성•소수자 주체와의 연대로, 학생자치와 우리의 공동체를 재건하자.
2021. 8. 30.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